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유튜브와 영화

일상글

by 하드리아누스 2023. 8. 23. 00:22

본문

군대가기 전, 코로나 전 시절에는 영화관 가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다.

영화관까지 1시간이나 걸렸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영화를 꼭 보러갔다. 별로인 영화도 많았지만 정말 여운에 남을 정도로 재밌는 영화도 많았다. 그 당시에는 연초, 연말에 어떤 영화가 올해/내년에 개봉한다더라만 들어도 정말 설렜었다.(주로 마블 영화들이었지만)

 

근데 코로나 이후에는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다. 일단 영화측면에서는 좋아하던 마블이 맛 가버렸고 티켓값이 은근 부담스러워졌다. 근데 무엇보다도 유튜브가 일상을 지배한 것이 크다. 어느 순간 유튜브로 모든 취미를 대체하다보니 유튜브로 너무 많은 것을 접하게 되었다. 그 주요 영역중 하나가 영화 전후에 대한 정보이다.

 

유튜브는 영화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영화 리뷰 유튜버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 채널을 자주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그들이 추천하는 영화, 그리고 댓글 여론들을 보며 영화 선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좋은점은 분명히 있다 취향 맞는 구독자층을 가진 리뷰어의 추천을 받고 보면 거의 만족스럽다. 아니 쓰다보니까 거의 좋은 점만 있는거 같긴하다. 영화 탐색에 드는 시간, 비용을 크게 아껴준다.. 그리고 가끔 영화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을 미리 알아갈수도 있다. 그나마 단점은 뭔가 나의 영화편식이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

 

또 유튜브는 영화 사후서비스도 제공해준다. 나는 주로 재밌는데 왜 재밌는지를 모르겠는 영화(예를 들어 헤어질 결심)를 보고나면 꼭 빨간안경아저씨 이동진 평론가님의 파이아키아나 백수골방님 유튜브를 꼭 보게된다. 이들의 해석은 명쾌하기 때문에 뭔가 해소가 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것도 영화를 가볍게 즐기는 입장에서는 영화 유튜브의 큰 장점이다.

 

사실 영화유튜브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지내왔다. 근데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펜하이머"를 보고 좀 생각이 달라졌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내가 좋아하는 아포칼립스 장르이기도 하고 이병헌님이 주연으로 나온다니 일단 보자고 마음을 먹은 후 아주 살짝 유튜브로 리뷰를 살펴봤는데 꽤나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일 것 같아서  직진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영화 자체의 만족도도 마찬가지이고 오랜만에 나름 내가 잘 선정해서 봤다는 생각이 은근 만족도를 더 높여줬다.(그 뜻은 망한 영화 고르면 더 안좋아진다는 뜻..) 그래서 영화 관람 후,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느낌이 낯설게 느껴졌다.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님의 영화라 당연히 봐야한다고 생각하고 봤다. 플롯의 마술사답게 영화 진행이 정말 왔다갔다 하면서도 흡입력 있었고 정보량이 방대했다. 여자친구랑 이 영화를 보고나서 몇 시간동안 이 영화가 왜 재밌는지, 어디가 좋았는지를 신나게 떠들었다. 원래였으면 집가는 길에 바로 해설영상을 보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뭔가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여자친구랑 연출, 배경, 연기 등등 여러 각도에서 영화를 되짚어보는게 정말로 재미있었다.

 

이 두 사건을 거의 연달아 겪다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도가 다시 높아지는 듯했고 무엇보다 유튜브 채널에게 영화랑 관련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아웃소싱한게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 편리함에 속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

 

뭐 이렇다고 해서 영화 리뷰 채널을 끊기는 힘들 것이다. 근데 좀 더 내 생각, 감정을 영화 선택~해설에 투입시켜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 숏폼에 익숙해지다보니 영화를 참고 보는게 힘들어진 것 같기도하다.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가끔 졸음을 참으며 보는 영화들이 생겼다...

관련글 더보기